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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 #11
    생각 2019. 10. 15. 10:49

    아무 말 없이 넘어가기에는 뭔가 제 마음이 편치 않고, 그렇다고 해서 지금 트위터에서 이야기하기에는 많은 분들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판단하여 이 곳에서 이야기를 남깁니다.

    같은 여성으로서 잘 지내줬으면 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고 요즘 좋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던 사람이기에 조금 더 마음이 아프고 그렇습니다. 주변 모든 사람들이 잘 버텨내 주길 바라며, 이렇게 되기까지 몰아붙인 모든 사람들이 그 죗값을 조금이라도 어떤 방식이라도 치러질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라는 나쁜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도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대를 조금은 좋은 방식으로나마 기억하고 안아주는 것이고, 그대를 해한 그 모든 것들이 없어지도록 더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다시 평소처럼 굴러가려고 합니다. 마음속 어딘가의 아픔을 그저 바라보고 계속 아파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를 조금이나마 좋은 방식으로 추모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예쁜 사람.

    또 우리 팬덤에도 안 좋은 일들이 있었지요. 참 씁쓸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왠지 악플러라는 사람들은 악플러라고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자신의 자리에 서있는 평범하디 평범한 '나'라는 모든 주체들이 악플러이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굳이 악플러라고 누군가를 따로 규정할 필요도 없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쟤는 괜찮아 그러니까"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바로 당신도 악플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늘 말해왔듯이 말이란 한순간 악해지는 것이며, 어느 누구도 그 말을 통한 조롱과 비난을 당연히 받아도 되는 존재가 아닙니다. 정말 그 사람이 타인을 해하는 행동을 했다면 그건 비난해 마땅하지만, 단지 내가 싫어하는 부류라는 부정확한 이유 하나로 조롱 혹은 비난을 당연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팬덤에 있으면서 그것을 배워왔고, 조롱과 비난으로 그들에게 맞부딪히는 것이 아닌 비판과 다정으로 다가가고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장 큰 무기이자 힘임을 배웠습니다. 오히려 예전부터 조롱하고 비난해온 치들이 그대로였습니다. 작년에도 이야기했던 것 같지만, 그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없습니다. 이미 프레임 안에서 우리를 보는 시야좁은 사람의 이야기이며, 그런 사람은 결국 그 속에서만 지내게 됩니다. 트위터라는 매체가 확대해서 보여주는 것일 뿐, 그냥 작은 창 코 앞에서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지, 실체는 작디작은, 나한테 주먹 한방 날릴 수 없는 조그만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참 단단한 존재이지만 마냥 단단하지만도 않습니다. 사실 우리가 단단해진 이유는 누군가가 우리를 한없이 때려왔기 때문에 단단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그 과정은 또 한없이 아프기 때문이죠. 그게 참 마음이 아프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아픔을 겪는다고 해서 모두 성숙해지는 것이 아닌데, 성숙해지고 성장하자는 마음으로, 돌이켜보면 좋은 배움이었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마 감사하게도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였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저는 말주변이 참 없어서,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 어떤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늘 응원하고 있고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는 나를 웃게 해주는 존재를 찾아가시는 것도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존재가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구요. 그게 누군가의 말이 될 수도 있고, 음악이 될 수도 있고, 그림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어떤 사람일 수도 있지만, 그게 무엇이 되었든 그 사랑하시는 존재가 있으며 늘 함께 행복하시길 빌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 글을 통해서 마무리하고 전 다시 평소처럼 지내려고 합니다. 늘 그렇듯 천천히 오래 함께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그 어딘가에서 늘 행복하시길 빌겠습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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