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알 #14

btsr_613 2020. 2. 5. 14:03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복잡한 마음입니다. 레스트 중이라 로그아웃했다가 티켓팅때문에 잠시 들어간 사이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에 놀라움과 착잡함과 여러가지 감정이 드는 중이라, 이야기를 꺼낼까 싶다가도 지우고, 생각하다 다시 열심히 끄적이는 중입니다.

최근 들어서 이런저런 일들이 크게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니 정말 우리 팬덤이 어마어마하게 커지긴 했구나 싶습니다. 예전에는 그저 우리 팬덤이 커져서라고 치부하기에는 나 자신조차도 내 화를 누군가에게 던지고 있었기에 더더욱 내 자신이 조심해야겠다고 이야기했었지만, 지금은 그냥 정말 팬덤이 커졌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아미라는 팬덤에 있으면서 겪어온 일 중에 최근이 가장 힘들고 지치고 그런 것 같습니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어느 하나 말하기 조심스럽고 어려워, 그저 이번에 여러가지 이야기들로 많은 상처를 입으셨을 분들에게 잘 이겨내시길 바란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바로 옆에서 보듬어드릴 수는 없으나, 이 자리에서 응원하고 있다는 것도요.

예전에는 개인 팬들에 대한 악감정은 없었습니다만, 어느 순간부터 최애를 향한 애정이 조금씩 길을 달리 하기 시작하면서 한도 끝도 없이 그 불씨가 번지며 이 팬덤에 여러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보니 참 묘한 기분입니다. End Violence, Love Myself를 이야기해오는 사람들의 팬이라는 사람들이, 지양하자는 폭력을 행사하고 있음에, 가수의 메세지를 보지 않고 그저 본인의 행동력을 뽐내고 싶은 이기심에 내 가수의 이름을 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화가 나곤 합니다. 저도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이 화를,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하는지 참 고민됩니다. 서로가 평행선에 서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 정말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들이 될 것이고, 이해하지 못할 것 같고, 각자의 생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기에, 이걸 없애려고도, 풀어내기에도 너무 방대한 이야기라 어찌해야할지 더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해탈하여 말없이 바라보는 것보다는 그냥 그럴 때마다 내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이리 구구절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방탄소년단의 말을 믿습니다. 그들이 한 말들, 행동들 모두에서 다정을 보았고 사랑을 보았고 내 음악, 내 사람들에 대한 자긍심과 믿음을 보았습니다. 팬들을 향한 사랑, 내 멤버를 향한 사랑, 내 음악을 향한 사랑. 가끔은 한 발 앞에 나오기도 가끔은 한 발 뒤로 물러서기도 하면서 서로를 위해 7인 8각으로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그들을 보며, 나는 부드럽게 등을 밀어주고, 때론 힘을 내라고 응원하곤 합니다. 그러다 문득 그들이 너무 멀리 가버린 듯한 느낌이 들 때면 "아잇 왜 거기 있어요! 우리 여기까지 걸어온 건 등을 밀어준 당신덕분이라구요!"라며 이야기해주고 돌아봐주고 기다려줍니다. 멀리 있지만 가까운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이렇게 서로의 위치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앞으로 함께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정말 가까운 사이는 아닙니다. 누누히 제가 이야기하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거리감입니다. 이건 연예인과 팬이라서도 아니고 그저 인간 대 인간으로 누구나 지켜야하는 것입니다. 내 가족에게도, 내 친구에게도 지켜야할 것들이죠. 직접적인 관계보다 간접적인 관계에서는 더더욱이나 지켜져야할 것이기에 거듭 조심하려고 하고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허나 정말 거리감을 좁히며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싶다면, 그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나 또한 책임을 질 줄 알아야하고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해 정당한 이유를 들어야하고 설명을 해서 모두가 납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키보드 뒤에 있다고 해서, 얼굴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나'를 속여가며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 너, 그리고 모두를 위한 일임을 누구나 공감하고 제 3자에게 말했을 때 떳떳한,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이러한 이유로 그랬다고 말하고 이해받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면 해도 좋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미움이 아닌, 뿌리깊은 사랑으로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금의 팬덤분위기를 전환시키기에 우리는 너무 많습니다. 팬덤보다 더 가까운 당장 내 주변의 현실사회에서조차 같은 곳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일하면서도 무수히 많은 말과 생각들로 서로를 시기하기도 하고 배척하기도 하는 현실을 알고 있기에 이렇게 된 것을 받아들이고 싶다가도, 이 곳이 그래도 다정과 사랑으로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이 더더 크기에 긴긴 글로 제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것 같습니다. 너무 행복해보여서 시기질투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더더욱 많은 아우성들이 훼방하고 괴롭히더라도, 방탄의 음악 속의 사랑과 다정을 알아낸 여러분들이기에 함께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단히 붙잡고 함께 이겨내자고 말하고 싶으면서도 괜히 그것 또한 강요가 되지 않을까 싶어 그저 묵묵히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더더 사랑을 다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순간들이 가득하길 바랄뿐입니다.

되돌아보았을 때 슬픔보다는 행복이 가득했던 순간들이 하루라도, 한시간이라도, 1분이라도 더 많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