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구름이었다

btsr_613 2019. 3. 18. 11:26

뭉게구름일 때도 있었고

안개구름일 때도 있었고

뜬구름일 때도 있었다


난 구름이 좋았다

그래서 구름을 쌓고 또 쌓았다


그렇게 구름을 쌓았더니 비가 되었다


가랑비일 때도 있었고

주륵비일 때도 있었고

소나기일 때도 있었다


난 비가 좋았다

그래서 비를 맞고 또 맞았다


그렇게 비를 맞고 있다보니 강이 되었다


거세게 몰아칠 때도 있었고

잔잔하게 흘러갈 때도 있었고

누군가에게 막혀 고여있을 때도 있었다


난 강이 좋았다

그래서 강을 따라 흐르고 또 흘러갔다


그렇게 강을 따라 흘러갔더니 바다가 되었다


어느새 큰 바다가 되어

알지 못하는 섬에 가보기도 했고

파도를 만나보기도 했고 별을 안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만약 이 모든 순간 나 혼자였다면

뜬구름이었을 때나 소나기였을 때나 

그저 고여져있을 때나 나 혼자였다면

이 큰 바다가 되어 그대와 함께 별을 안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나를 바다로 만들어준 그대여

그대와 이 바다에서 오래도록 그렇게 지내고 싶습니다


2019.03.18 作